• 저는 크리스마스가 싫었어요.
  • 작성자
  • 모모꼬
  • 2819
  • 조회수
  • 2016.12.23
  • 작성일

아주 어릴때부터 우리 가족은 3명이었어요.

꿈이 모델이었던, 콘테스트에 우승해 신문에도 실리셨다던 엄마는, 지금 제 나이에 이미 오빠와 저를 건사하셔야 했고,

시골 깊숙히 산에 둘러 쌓인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산장을 하시느라 자식들에게 신경쓰실 시간이 없으셨어요.

한 살 차이 나는 오빠와는 매일 싸우기 바빴고요.


12월이면 손님도 못 올 만큼 눈이 많이 왔고, 전 꼼짝 없이 집에 갖혀 지냈어요.

할 수 있는거라곤 외울 정도로 읽어서, 노랗게 손 때 탄 책들을 다시 보는 것과 멍하니 앉아 TV를 보는 것 뿐이었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TV에는 온통 즐거운 일들로 가득해보였어요.

커다란 나무, 반짝이는 조명, 웃고 있는 사람들.

세상에서 불행한건 나 하나인 것 같았죠.



아주 어릴때부터, 무릎까지 눈이 쌓이는 날이면 오빠랑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내 키보다 크게 만드는 걸 목표로 했었기 때문에, 눈사람의 키는 매년 나보다 커져갔죠.

어느 해인가 엄마가 눈사람을 보며 크리스마스 같다고 하셨어요.


몸도 생각도 아직 어렸던 저는 심통을 부렸죠.

트리가 없는데 무슨 크리스마스 같냐고.

다른 친구들은 다 아빠랑 트리를 만든다고.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집에 트리가 있었어요.

엄마가 뒷산에서 소나무를 통채로 베어오신거에요.

커다랗고 파란 프라스틱 화분에 꽂혀있는 나무에는 얼기설기 말도 안되는 장식물들이 빨래집게로 장식되어 있었어요.

나무는 12월을 지나 1월 말까지 살아 있었고, 눈이 녹자 찾아오신 손님들께서 조금씩 장식품들을 사다주셨어요.


그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오빠와 제가 집을 떠날때까지 엄마는 매년 12월 초입에 들어서면 나무를 베어오셨어요.

오빠는 어디선가 전구를 사와서 둘러 놓았고,

저는 그림과 뜨게질로 장식을 만들어 걸었어요.

저희집에도 '크리스마스'가 생긴거죠.


몇 년 사이 저는 커서 집을 떠났고, 결혼을 했고, 이제 곧 세 가족이 될 예정입니다.

엄마는 아직도 혼자 산에 둘러 쌓인 그 집을 지키고 계세요.


저는 아직도 도저히 크리스마스가 좋아지지 않아요.

하지만 12월 25일을 떠올리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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